기능 차별화는 죽었다

Lovable Elena Verna가 본 AI 시대 해자와 커리어

기능 차별화는 죽었다
Photo by Compagnons / Unsplash

SaaStr AI 팟캐스트에 Lovable 그로스 책임자 Elena Verna가 나왔다. 인터뷰 당일이 입사 1주년이라 한다. Dropbox에서 수백 명짜리 그로스 조직을 이끌고, Miro·SurveyMonkey를 거쳐 스타트업 50곳 넘게 어드바이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매니저를 그만두고 다시 IC로 돌아갔다.

40분짜리 대화인데 GTM 하는 사람 입장에서 멈칫하게 되는 문장이 계속 나왔다. 완벽한 번역은 아니고, 내가 줄 친 부분만 추려서 정리한다. 원본은 맨 아래 링크에 남긴다.


1. 기능 차별화는 더 이상 해자가 아니다

SaaS 시대엔 개발 비용이 비쌌다. 그래서 "남보다 좋은 기능"이 해자였다. 더 좋은 엔지니어, 더 좋은 제품 비전을 가진 팀이 이겼다.

그런데 개발 비용이 무너졌다. Elena 말로 AI-native 조직은 코드의 80% 이상을 AI가 쓴다. 누구나 Lovable 같은 도구에 "이 기능 만들어줘" 하면 나온다. 그래서 기능 우위는 한 달, 길어야 여섯 달짜리다. 곧 따라잡힌다.

그럼 뭐가 남느냐. Elena가 꼽은 건 네 개다.

  • 하드웨어 : 만들기가 여전히 지독하게 어렵다
  • 네트워크 효과 : 만들기 어렵지만 한번 생기면 계속 돌아가는 장치
  • 데이터 : 지속적으로 쌓아온 고유한 데이터
  • 보안·컴플라이언스 : 단기간에 흉내 내기 어려움

그리고 뒤에 하나 더 붙인다. 브랜드. "브랜드가 돌아왔다(brand is back, baby)"고 표현했다. 여기서 진행자가 받아치는 대목이 좋았다. "우리는 SaaS 데이터 12년치가 있다. 근데 그게 없는 사람이 훨씬 많지." 기능은 복제돼도, 데이터와 브랜드는 시간을 압축할 수 없다는 얘기다.

2. ARR 5천억, 200명 미만: 조직을 이렇게 굴린다

Lovable은 2월에 ARR 4억 달러(약 5천억 원 이상)를 넘겼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인원은 200명이 안 된다.

어떻게 가능한지가 흥미롭다.

  • Title직급이 없다. 사내에 직급이 없고, 누구나 IC 일을 한다. "위에 앉아서 방향만 잡는 리더"가 없다.
  • 모두가 배포한다. Elena 본인도 프로덕션에 직접 배포한다. "살면서 프로덕션에 배포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해보니 슈퍼파워를 얻은 기분"이라고.
  • #shipped 채널. 하루 끝에 그날 배포된 것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 #feedback 채널. 누가 "이거 하면 좋겠다" 던지고, 동의되면 24시간 뒤 프로덕션에 나간다.

운영 원칙이 한 줄로 요약된다. "다른 한 명만 설득하면, 한다." 위에서 내려와서가 아니라, 누구든 서로를 challenge 한다.

Elena가 든 예시가 웃기다. 본인이 가격 페이지를 바이브 코딩해서 PR을 올렸더니, 스무 살 엔지니어가 "프로덕션 커밋 전에 디자인 사인오프 받아오라"고 했단다. 직급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모두가 기여하고 있다.

3. "다음 커리어 FLEX는 VP 타이틀이 아니다"

이게 이 인터뷰의 핵심이라고 본다.

Elena는 매니저를 그만두고 IC로 돌아갔다. 이유가 이렇다. "대규모 팀 관리는 조율과 부서 간 의존성, 사람 임파워먼트가 대부분이라, 정작 자기 craft(기량)와 멀어진다."

그러면서 한 말. "이젠 리더십 사다리를 올라 화려한 VP 타이틀을 다는 게 FLEX가 아니다. 예전엔 수십 명이 해야 했던 일을, 에이전트와 함께 혼자 해내는 하이파워 IC가 되는 게 다음 FLEX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매니지먼트가 안 맞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 "좋은 IC였다는 이유로 매니지먼트로 승진시키고, 거기서 자기가 잘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시킨다. 그래서 형편없는 매니저가 양산된다." 본인도 "나는 중간쯤 가는 매니저고, 장인(craftsperson)일 때 훨씬 낫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요즘 그런 리더들한테 연락해서 "다시 빌더가 될래요?"라고 묻는단다. 의외로 "yes"가 많다고. 일과 다시 사랑에 빠질 기회로 보기 때문에.

4. 컨텍스트가 전부다 : "당신의 AI 분신을 위해 지금부터 쌓아라"

에이전트는 컨텍스트가 부족하면 그냥 평균 값을 내놓는다.

Elena의 조언으로는 지금부터 자기 컨텍스트를 쌓아라. 아이디어, 콜 녹음, 브레인스토밍 기록하라고 한다. 언젠가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확장하려고 'AI 분신(AI double)'을 만들게 될 텐데, 그게 월드와이드웹으로만 학습되면 결국 만인의 평균 지능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 사고가 담겨 있어야, 분신이 내 일을 진짜로 복제한다.

좋아하는 프롬프트도 공유했다. "이게 내 아이디어, 이게 문제, 이게 해결책. 이대로 만들고, 거기에 내 것보다 나은 다른 옵션 두 개를 더 만들어줘." 그리고 보면서 합친다. "내 아이디어가 끔찍했네, 네 게 훨씬 낫다" 싶을 때가 많다고. 100% 믿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 파트너로 쓴다는 얘기이다.

5. AI 시대 그로스 : SEO·SEM은 이제 '기본값'이다

15년 넘게 그로스를 해온 사람이 짚는 변화라 무게가 달랐다.

예전에 시장을 이기는 이유였던 것들이, 이제는 그냥 기본이 됐다. SEO가 그렇다. 한때는 SEO로 시장을 이겼지만, 지금은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일 뿐 이기는 이유가 못 된다. 유료 광고(SEM)도 마찬가지.

대신 Elena가 강조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프리미엄(freemium)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비용이 무섭게 나오지만, 고객 손에 제품을 쥐여주고 습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라 프리미엄 비용을 마케팅 예산으로 취급한다. LinkedIn과 파트너십을 맺어 프리미엄 회원에게 Lovable을 무료로 풀었더니, 유료 전환율이 두 자릿수가 나왔다고 한다.
  • Build in Public + SNS. 직원을 마케팅 채널로 쓰고, 자세한 내막(?)을 보여주며 고객을 결집한다.
  • 마케팅 조직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개발팀이 AI-native가 되면 마케팅이 그 속도를 절대 못 따라간다. 그래서 마케팅은 enablement 모드로 간다. "어떻게 모든 엔지니어를 마케터로 만들까"가 질문이 된다.

마지막에 buy vs build 질문도 나왔는데, Lovable도 전부 자체 제작은 아니라고 한다. Linear(프로젝트 관리), Slack, Granola(미팅 녹음)를 구매해서 쓰고 있다고 한다. 대신 CRM은 직접 만들어 쓴다. "0이냐 1이냐가 아니라, 유지보수 복잡도와 기능 풍부함 사이 어딘가"라고한다.


정리하며

다 받아들이기 전에 두 가지는 걸러 듣는 게 좋을 듯 하다.

하나, "기능은 다 똑같아진다"는 메시지는 Lovable에게 유리한 발언이다. Lovable은 앱 빌더라 기능 복제가 빨라지는 흐름이 곧 자기 시장이 커지는 일이다. 그러니 이 주장은 포지션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다만 뒤에 남는 해자 목록(하드웨어·네트워크 효과·데이터·보안·브랜드)은 SaaS 일반론으로도 견고하다.

둘, 프리미엄=마케팅 예산은 한국에 그대로 옮기기 조심스럽다. LinkedIn 같은 디스트리뷰션 파트너가 있어야 두 자릿수 전환이 나온다. 채널 없이 무료로 풀면 비용만 태운다. "공짜로 풀어라"보다 "풀 채널이 있느냐"가 먼저다.

그래도 한 문장은 오래 남는다. 맥락을 지금부터 쌓아라. 판단 기준, 콜 기록, 사고 과정. 이걸 쌓아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AI 분신 시대엔 따라잡기 어려운 해자가 될 것 같다.


원본: SaaStr — $400M ARR with Under 200 People: What Lovable's Head of Growth Elena Verna Says Actually Works in B2B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