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미팅 후 잠수함에 승선 했다면, 팔로업 프레임워크

미팅은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고객이 연락이 없다. 이때 무작정 팔로업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미팅 녹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고객이 미팅 후 잠수함에 승선 했다면, 팔로업 프레임워크
Photo by Ан Нет / Unsplash

미팅이 끝나고 나올 때 기분이 좋았다. 고객이 고개도 끄덕였고, "검토해보겠습니다"라는 말도 들었다. 파이프라인에 넣고, 팔로업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답이 없다. 이틀, 일주일, 2주. 연락이 끊겼다.

B2B 세일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거다. 아니,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겪는다.

이때 중요한 건,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하는 거다. 상황을 분류하고, 분류에 따라 대응을 다르게 해야한다.

1. 먼저 할 일: 미팅 녹화를 다시 봐라

고객이 잠수를 타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왜 답이 없지?" → "한 번 더 팔로업해볼까?" → "너무 푸시하면 안 되나?" 감정적 루프에 빠진다.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미팅 녹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미팅 중에는 아드레날린이 나온다. 고객이 한두 마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뇌가 알아서 확대 해석한다. "관심이 높다", "이건 될 것 같다." 하지만 녹화를 틀어놓고 보면 현실이 보인다. 내가 80% 말하고 고객은 20%만 말했거나, 고객의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았거나, "좋네요"가 관심이 아니라 예의였거나.

Deal temperature는 거의 항상 내가 느낀 것보다 낮다. 이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녹화를 안 남기고 있다면, 오늘부터 남겨라. 모든 걸 저장하면 거기 안에 항상 답이 있다.

2. 잠수의 원인을 분류하라 — 3가지 유형

고객이 연락을 안 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원인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먼저 분류부터 해야 한다.

유형 1: 일시적 부재

실제로 여행을 갔거나 휴가 중이거나 단순히 바쁜 경우다. 생각보다 이 케이스가 꽤 있다.

이건 기다리면 된다. 문제는 이게 진짜인지 핑계인지 구분하는 건데, 몇 번 통화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한 번은 진짜일 수 있다. 두 번, 세 번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일시적 부재가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다.

유형 2: 상황 변화

미팅 시점에는 진짜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내부 상황이 바뀐 경우다.

"CEO 한마디에 이제 바뀌는 그런 회사들인데, 아예 예산이 삭제됐다거나."

한국 시장,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담당자는 열심히 검토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방향이 바뀌면 그냥 없던 일이 된다. 이 경우 담당자도 난처한 상황이라 먼저 연락하기가 어렵다. 아예 말을 못 하는 것이다.

이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릴 수 있다. CRM에 기록해두고 3~6개월 뒤에 가볍게 다시 연락하는 게 맞다.

유형 3: 처음부터 관심이 낮았음

가장 흔하고, 가장 인정하기 싫은 유형이다.

미팅에서 "좋네요",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사실 그게 끝이었다. 구체적인 타임라인 논의도 없었고,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이야기도 안 나왔다. 돌이켜보면 단서는 미팅 안에 있었다.

이 유형이 바로 녹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녹화를 보면 "아, 이건 처음부터 온도가 낮았구나"를 확인할 수 있다. 감으로 희망을 유지하는 대신, 데이터로 현실을 직시하는 거다.

3. 팔로업 전략: 약속 기반 vs. 건덕지 만들기

원인을 파악했으면, 팔로업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약속이 있었다면 — 그대로 실행하라

미팅에서 구체적인 약속이 오갔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음 주에 내부 회의 결과 공유드리겠습니다"라고 했으면, 다음 주에 연락한다. "견적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했으면, 보내고 확인 연락을 한다. 약속을 실행하는 건 푸시가 아니다. 프로페셔널한 거다.

핵심은 미팅 중에 이런 명시적 약속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그럼 다음엔 언제 이야기할까요?"를 미팅 끝나기 전에 반드시 물어라. 이게 팔로업의 근거가 된다.

약속이 없었다면 — 건덕지를 만들어라

약속 없이 "검토해보겠습니다"로 끝났다면? 연락할 명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POC(Proof of Concept)를 일부러 중간에 끊어서 건덕지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한꺼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다. 1차 결과까지만 공유하고, "2차 분석에서는 이런 부분도 볼 수 있는데, 이어서 진행할까요?"로 대화를 이어간다. 한 번에 다 줘버리면 고객이 "아 됐어요, 충분합니다"로 끝날 수 있다. 나눠서 주면 다시 연락할 이유가 생긴다.

팔로업의 본질은 "답 주세요"가 아니다. **"당신에게 가치 있는 걸 하나 더 가져왔습니다"**다. 건덕지가 없으면 팔로업은 푸시가 된다. 건덕지가 있으면 팔로업은 서비스가 된다.

4. 버릴 때는 깔끔하게 버려라

팔로업을 몇 번 했는데도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도 무응답이고, 완전한 무시.

이때는 기준이 단순하다. 버리면 된다. 그렇게 고민할 필요 없다.

연애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르다. 경험이 쌓이면 "맞는 사람"이 누군지 감이 온다. 그 감이 명확해질수록 안 되는 상대에게 애쓰지 않게 된다. 세일즈도 똑같다.

경험이 쌓이면 "이건 되는 딜"과 "이건 안 되는 딜"을 구분하는 감각이 생긴다. 안 되는 딜에 매달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되는 딜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전환이 세일즈 생산성의 핵심이다.

버린다는 건 포기가 아니다. 자원 배분의 문제다. 반응 없는 딜에 쓰는 30분이면, 새로운 기회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5. CRM에 다 남겨라 — 답은 데이터 안에 있다

잠수탄 딜을 분석하다 보면 패턴이 보인다. 어떤 업종이 잠수를 잘 타는지, 어떤 규모의 회사가 내부 상황 변화에 취약한지, 어떤 미팅 구조에서 후속 약속이 잘 잡히는지.

이건 데이터가 쌓여야 보인다.

모든 미팅 기록, 팔로업 이력, 딜이 멈춘 이유를 CRM에 남겨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패턴이 데이터로 드러난다. 감이 아니라 근거가 된다.

한 번 잠수탄 고객이 6개월 뒤에 다시 연락 올 때, CRM에 기록이 남아 있으면 맥락을 바로 이어갈 수 있다. 기록이 없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판단 프레임워크 정리

단계 할 일 핵심 질문
1. 진단 미팅 녹화 다시 보기 내가 혼자 떠든 건 아닌가? Deal temperature가 진짜 높았나?
2. 분류 잠수 원인 파악 일시적 부재? 상황 변화? 처음부터 관심 낮음?
3. 대응 약속 기반 팔로업 or 건덕지 만들기 미팅에서 명시적 약속이 있었나? 없다면 가치를 줄 건덕지가 있나?
4. 판단 버릴지 유지할지 결정 여러 번 시도해도 아예 연락이 안 되는가?
5. 기록 CRM에 이유와 이력 남기기 이 데이터가 다음 딜에서 패턴을 보여줄 것인가?

고객이 잠수를 타면 불안해진다. "내가 뭘 잘못했나?" "더 팔로업해야 하나?" 감정이 앞서면 판단이 흐려진다.

그래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녹화를 보고, 원인을 분류하고, 대응을 정하고, 기록을 남긴다. 이 루틴이 반복되면 잠수 앞에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

애쓴다고 되지 않는 딜이 있다. 그걸 빨리 인정하는 게, 되는 딜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글은 Box2Box 세일즈클럽에서 승호님께서 나눠주신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