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교환으로 자연스럽게 영업 기회 만들기

콜드메일/콜 대신 인사이트를 먼저 건네면 영업 기회가 따옵니다. 넌다이렉트 세일즈의 구조와 실전 사례를 공유합니다.

인사이트 교환으로 자연스럽게 영업 기회 만들기
Photo by Mareks Mangūzis / Unsplash

팔려고 연락하면 안 받는다

얼마 전 대기업 계열사 이사급 분께 콜드 메시지를 보냈다. 제품 소개가 아니라, 그쪽 업계에서 요즘 고민할 만한 주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보냈다. 답이 왔다. 대기업 이사님께서 모르는 사람 메시지에 답장한 거다.

나는 영업 기회를 만드는 방식을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눈다. 다이렉트 세일즈넌다이렉트 세일즈. 다이렉트는 말 그대로 제품을 들고 가서 "이거 필요하시죠?" 하는 거다. 잘 먹힐 때도 있다. 근데 대부분의 B2B 세일즈 상황에서, 특히 한국에서는 넌다이렉트가 훨씬 자연스럽게 문을 연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쓰고 있는 넌다이렉트 세일즈 방법을 공유한다.

1. 넌다이렉트 세일즈의 원칙: 가치를 먼저 준다

원칙은 단순하다. 인사이트를 공유하기로 했으면 인사이트 공유를 해야 한다. 벨류를 먼저 주고받아야 한다. 이게 전부다.

"미팅 한번 잡아도 될까요?"가 아니라, 상대방이 지금 고민하고 있을 법한 주제에 대해 내가 먼저 가치 있는 정보를 건넨다. 업계 트렌드, 경쟁사 동향, 내가 직접 겪은 사례. 뭐든 된다. 핵심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시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느냐다.

여기서 실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사이트 공유한다고 해놓고 슬쩍 제품 피칭을 끼워 넣는 거다. 그러면 끝이다. 상대방은 바로 안다. "아, 이거 영업이구나."

충분히 가치가 오갔다고 느껴지면, 그다음에 세일즈를 하든 기회를 좀 더 지켜보든 선택할 수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

2. 대화 속에서 정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인사이트를 주고받다 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프로스펙팅 정보가 알아서 묻어나온다.

상대방의 기업 현황,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세일즈에서 BANT라고 부르는 것들 — Budget, Authority, Need, Timeline — 이걸 캐묻지 않아도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억지로 "혹시 예산은 어떻게 되세요?" 이러면 경계한다. 근데 진짜 인사이트 교환을 하고 있으면 "아 저희도 사실 그 부분 고민인데, 예산이 좀..." 이런 얘기가 상대방 입에서 먼저 나온다.

이게 넌다이렉트의 힘이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3. 핵심 Move: "다른 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여기가 넌다이렉트 세일즈의 진짜 묘수다.

충분히 인사이트를 주고받은 뒤, 이렇게 말한다.

"사실 저도 지금 말씀하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있거든요. 근데 이렇게 좋은 대화 나눈 분한테 제가 직접 파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혹시 주변에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국 사람들의 반응?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니 아니 괜찮아, 나한테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진짜다.

이게 왜 먹히냐면, 심리적 부채감 때문이다. 이미 좋은 인사이트를 받았고, 대화도 즐거웠는데, 상대방이 겸손하게 "다른 분 추천해달라"고 하면 — 한국 문화에서 이걸 그냥 넘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도 봐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중 하나가 생긴다.

  1. 직접 기회: "아니다, 나한테도 자료 보내줘" → 그 자리에서 영업 기회가 열린다
  2. 레퍼럴 기회: 실제로 다른 사람을 연결해준다 → 따뜻한 소개로 다음 기회가 생긴다

어느 쪽이든 이긴다.

4. 실전 사례 세 가지

뷰티 브랜드 글로벌 전략으로 대화를 열다

특정 회사에 접근할 때, 제품 소개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쪽 글로벌 전략과 시딩(seeding) 방식에 대해 먼저 물었다. "요즘 해외 시장 어떻게 접근하고 계세요? 제가 다른 쪽에서 본 재밌는 사례가 있어서요."

반응이 따뜻했다. 상대방도 자기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인사이트 교환이 먼저 이루어지니까 그다음 스텝이 부드러웠다.

식품 브랜드 — 레퍼럴 체인의 시작

라라스위트에도 비슷하게 접근했다. 인사이트를 나누다가 그쪽에서 "이 부분은 박지현님이 더 잘 아실 텐데"라며 다른 분을 소개해줬다. 이렇게 연결된 관계는 콜드 아웃리치와 차원이 다르다. "OO님이 소개해주셔서 연락드립니다"로 시작하면 답장률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 번의 넌다이렉트 대화가 레퍼럴 체인을 만든다.

C로 시작하는 대기업 — 대기업도 통한다

앞에서 얘기한 사례. 대기업 이사급이라고 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분들은 자기 업계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에 더 목마르다. 잘 정리된 관점을 보내면 직급 불문하고 반응한다.

중요한 건 메시지의 품질이다. "대표님, 저희 제품 소개 드려도 될까요?"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이 시점에 고민할 법한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거다.

5. 보너스: 기회가 안 생겨도 얻는 게 있다

가끔은 넌다이렉트 세일즈를 했는데 영업 기회로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면 ICP(Ideal Customer Profile)가 어디에 모이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이 속한 커뮤니티, 팔로업하는 채널, 정보를 얻는 소셜 채널 같은 것들이 드러난다. 내 ICP가 주로 탐색하는 채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또 거기로 간다.

영업 기회가 바로 안 생겨도,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지도를 얻는 셈이다. 이 정보는 콜드 리스트를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는 것들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넌다이렉트 세일즈는 결국 이 흐름이다.

  1. 인사이트를 먼저 건넨다 — 팔려는 의도 없이
  2. 대화 속에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는다 — 캐묻지 않아도
  3. "다른 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를 던진다 — 그러면 직접 기회든 레퍼럴이든 생긴다
  4. 기회가 안 생겨도 ICP 채널을 파악한다 — 다음 판을 준비한다

단순하다. 근데 이걸 꾸준히,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가치를 먼저 주는 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게 가장 빠르다. 한 번 시도해보면 안다.
"아니 괜찮다, 나한테도 소개해 달라"는 말이 진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