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는 것이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디스콰이엇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와, 지난 4개월간 팀에서 느낀 것들을 다룹니다.

퇴사를 하는 것이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문제해결에 진심인 메이커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23년도 겨울의 마루360 11층에서

이 글은 2024년 2월경에 작성되었다가 수정되어 옮겨진 글입니다.
원본의 글은 현재 1주일 간 디스콰이엇 트렌딩메이커로그 1위를 달성했습니다.​


디스콰이엇을 떠나면서 느낀 4가지, 그리고 새로운 출발

나는 올해 1월 디스콰이엇에서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계약종료가 아니라 처음으로 자발적인 퇴사를 결심하는 것음 처음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이번 글에서는 퇴사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팬으로서 가까이서 지켜본 디스콰이엇은 어땠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간단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디스콰이엇을 떠나는 것이 디스콰이엇의 미션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메이커들이 서로 인사이트 교류를 통해 이런 막막함을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 디스콰이엇 미션

작년 7월 즈음, 나는 Product Manager로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산업과 유형의 사람들의 문제를 내가 깊이 해결할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이전 까지 창업이나 인턴 경험을 통해 PM관련 업무를 하면 할수록 나랑 100% 잘 맞지 않다고 느꼈다. 매우 세부적인 정책을 고민하고,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레거시까지 챙겨야 하는 과정 대비 빠르게 비즈니스적인 결과를 가져오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포항시에서 가장 큰 IT협업 동아리 PARD를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무언가 제안하고 자금을 끌어모으는 과정을 경험했다. 빠르지만 디테일하게 액션을 취하면서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게 즐거웠다. 이때 얻은 노하우를 플레이북으로 정리하여 배포하였는데 전국의 50여개 대학에서 해당 내용을 열람할 정도였다. 동아리를 체계적으로 잘 운영하고 싶은 데에서 드는 고민이 나만 겪고 있는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또 많은 대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뜻깊었다.

그러던 중 @Doeon Kwon 권도언 님의 제안으로 디스콰이엇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이 때 3개월의 인턴으로서 시작을 하면서 나눈 이야기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교류하면서 내가 막막했던 잘 알지 못하는 영역들을 많이 알아가보도록 도와주시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디콰를 정말 좋아하는 유저로서 직접 성장에 기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오퍼레이터로 합류하여 많은 메이커 분들의 막막함을 해결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면서 나의 막막함 또한 많이 해결이 되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 뿐만 아니라, 세일즈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챌린저 세일 책을 통해서 확신을 얻었다.)

디스콰이엇을 통해 연결된 인사이트와 사람들

팀 내에서도 B2B와 관련된 업무들을 주로 맡아 진행하면서 많은 B2B SaaS Founder 분들과 세일즈 매니저님들의 고민을 정말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 특히 PMCW23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하면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어떤 고민을 해결해드리기 위해서 내가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메이커를 연결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내가 도움을 직접 드리기는 어려워서 아쉬웠다. 그래서 더 B2B 세일즈가 궁금하고 제대로 배워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스텝페이와 세일즈포스 그리고 비즈니스캔버스팀과 함께하는 세션을 준비하면서 세일즈가 정말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앞단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문제해결에 관심이 큰 저는 관련 직무/직종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디스콰이엇을 통해 원석님을 알게되었다. 평소에도 나는 Building in Public을 하며 PARD에 대해 많은 메이커로그들을 남겼었는데, 내 글을 유심히 보고 계시다가 우연치 않게 연락이 닿게 되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B2B 세일즈 주니어 부트캠프도 간단하게 운영해보고, 또한 Box2Box 세일즈 커뮤니티도 운영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팀에 합류해서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B2B SaaS를 만들고 세일즈 하는 팀
  • Global Product를 만들고 있는 팀
  • 세일즈를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성과를 내는 팀

당장에 이런 니즈를 디스콰이엇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되어, 끝내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PM이 아니라 Sales/BD로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다 더 자세한 이유는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

이직을 결심하고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현솔님과 도언님께서 내가 디스콰이엇이 배출한 성공사례와 산 증인으로서 격려하고 도와주셨다.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문장에서, 기업고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가장 앞단에서 듣고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결국 궁극적으로 막막함을 가지고 있던 메이커인 내가 막막함을 해소할 수 있던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디스콰이엇 덕분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다음으로는, 짧지만 정말 밀도 높게 보낸 4개월 간 디스콰이엇 팀을 지켜보며 느낀 점과, 내가 달라진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1. Building in Public(+글쓰기)는 정말 엄청난 힘이 있다.

디스콰이엇에 합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PARD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유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도언님으로부터 디스콰이엇 팀원으로서 Fit이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으실 수 있도록 돕는 근거로도 작용했다.

실제로 디스콰이엇에서의 업무 중 왜 사람들이 BIP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정리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러 사례를 추려내며 정말 BIP가 갖는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기간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게 참 쉽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용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꼭 성공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과정 속에서 읽는이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진정성이 담긴 글은 분명 목표로 하는 무언가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2. 누구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에 진심이다.

스타트업이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Mission-Driven한 사람들이 팀에 얼마나 많이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모든 한 분 한 분 마다 정말정말 진심으로 좋은 영감을 주는 메이커들이 많아짐에 따라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행동하고 계셨다. 나도 물론 정말 진심이긴 했지만, 팀원들은 정말 끊임없이 대화하고 문서를 만들어 공유하곤 했다. 얼마나 진심이시냐면 우리가 안식월을 갖은 뒤 처음으로 모이는 겸 나의 Farewell 날 Pub이 문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구성원들 한명 한명 모두가 같은 미션을 공유하고 움직였을 때, 많은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 구성원들이 생각하는게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나 밤 늦게 남아있으면서 까지 많은 대화 나눴습니다. 특히 미션(WHY, IF)과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WHAT, HOW)들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Sync가 되게 잘 맞춰져서 정말 빠른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었다.

3. 오퍼레이션 팀의 속도는 마하 급

이어서 빠른 행동을 했던 오퍼레이션 팀에 대해 이야기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Product Makers Club Winter23 이라는 프로그램을 기존과 다르게 규모를 대폭 키워서 기획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 운영 초반에 세운 가설들과 몇가지 크게 어긋나는 지점이 바로 포착됐었다. 이 때도 그냥 계속 가보자 하지 않았고,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방향을 바로 잡으려고 했었다. 그 결과 기존대로라면 이탈율이 매우 높았을 텐데, 바뀐 방향대로 운영하여 참가자, 참여사 분들 께서 더 많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표 또한 부정적인 수치는 기록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빨랐냐면, 파트너사로 참여하신 관계자 분 께서는 정말 이렇게 빠르게 피봇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팀은 처음 봤다고 부럽다고 까지 말씀해주셨다.

4. KPI 기반, Data-driven한 의사결정

디스콰이엇에서 내가 가장 많이 배운 점이다. 이전 까지 창업준비 및 창업, 그리고 학부 공부를 하면서 항상 나는 0-1의 과정을 많이 경험해 보았다. 그러다보니 사실 지표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좋은 지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해당 지표를 트래킹하기는데에 시간을 쓰기 보다 Do things that don't scale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있어 세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익숙치가 않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제시하고 움직일 때마다 1-Pager를 모든 팀원들이 작성하고, 여기에 주요 지표(input, output)을 정의할 수 있어야 했다. 초반에는 진짜 어려웠다. 인과관계, 상관관계 파악하기도 바빴고, 행동하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많은 글을 써내야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 1-pager를 기반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나의 뇌의 구조를 바꿀 만큼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됐다.

  • 이거 왜 하는데? -> 배경, 문제 정의 확인
  • 하면 뭐가 좋은데? -> Output 지표 확인
  • 어떻게 할건데? -> 가설과 실험 방식 확인
  • 뭐 부터 할 건데? -> KPI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리소스 대비 지표 검토

그 결과 그냥 모든 의사결정의 속도도 빨라지고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1-pager를 잘 작성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내가 지금 행동하는게 우리의 목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는 사고방식을 갖을 수 있었었다.

끝으로

디스콰이엇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문제 해결에 진심인 사람들을 가까이서 도울 수 있어 행복했고, 내가 더 많은 것들을 도와드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직을 할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 더 설레기도 한다. Good bye Disqui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