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을 전공한 대졸이 되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배운 이유와 대학생활에서 비춰진 나의 모습

기업가 정신을 전공한 대졸이 되었습니다!
Photo by Baim Hanif / Unsplash

자그마치 7년 간의 대학 생활을 이틀 전에 마쳤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던 너무나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이 대학을 오지 않았다면 알 수도 없었고 하지도 못했다.

그와 동시에 정말 힘들고, 아픈 일들을 겪으며 몸을 짓이기며 성장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참으로 사랑하면서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이 특별한 대학에서의 시간을, 일단 끝냈다는 내 자신에게 일단 너무나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고생한 만큼 할 말도 많은데, 사회에 나와 대학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머리를 한번 긁적이곤 하며 말한다. '아 저는 좀 특이한 전공을 배웠는데요...' 하며 앙뜨러퍼너십(Entrepreneurship)이라는 전공을 소개하곤 한다. 괜히 기업가정신보다 앙뜨러퍼너십이라고 하면 있어 보이는 것도 있다ㅎㅎ

기업가 정신을 배우게 된 이유

정치와 토론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1학년 1학기에 바로 토론학회에 들어가 2년동안 밤새도록 구르며, 문제 해결에 몰입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자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정치와 토론이라고 생각했다. 법과 제도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시스템이니, 시스템을 올바르게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해내는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년간 토론학회 활동과 학생정치 활동을 성실히 참여했다.

헌데 항상 책상 위에서 이야기하고 끝나고, 사람들에게 행동변화를 야기하기 까지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지는 과정이 너무 오래걸린다고 느꼈다.

문제를 느끼는 당사자를 배제한 토론과 제도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제의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보지도 않고 신문기사와 뉴스, 논문 만으로 진짜 당사자성을 확보할수 있을까?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정책으로 나아가기 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추천을 받아 관련 수업을 들어보다

그러다가 입학 전 비전을 찾는 대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입학사정관 선생님께서 내가 했던 발표를 들으시곤 기업가 정신 전공을 추천해주셨다. 생전 처음 들어본 전공이라 쉽게 손이 가진 않았지만, 정치나 법 관련 수업이 생각보다 재미없기도 해서 관련 수업을 곧바로 수강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포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IT스타트업들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그렇게 이 전공에 푹 빠지게 됐다.

그러던 중 스티븐 잡스의 키노트를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의 최고 정치왕(?)인 대통령도 정해진 재임기간 동안에 제도와 법, 행정력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도 들어가며 차츰차츰 문제를 해결해 나가가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거나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스티브잡스는 아이폰 하나로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모조리 바꾸고, 산업을 아니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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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IT Product가 Why not change the world 하는데 비용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바로 IT제품 기획하고 개발하는 수업들에 전념했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며, 좋은 솔루션을 시장에 침투시키고자 하는 과정들이 모두 즐겁고 재밌었다.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돈도 벌 수 있고, 나도 즐겁고, 문제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행복하니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내적인 동기부여도 강력하다 보니 행동하고, 움직이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즐거운 대학생활을 마무리 하게 되다보니, 그동안 나를 거쳐간 무수한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욕심이 많아서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에, 혼자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풀고자 했던 것들을 해결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나를 거쳐간 사람들이 바라본 나는 어땠을지 궁금해서, 곧바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리뷰 관련 솔루션을 세일즈/사업개발을 하고 있다보니 곧바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리뷰를 받아 분석을 해보고자 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대학에서 만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 3가지를 내 맘대로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말을 잘한다.

베네딕트 토론학회, 문제해결학회 등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논리적인 말하기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특히 토론학회에서 한 논제를 가지고 찬성/반대 모두를 준비해보는 훈련을 죽어라 했었고, 문제해결학회에서는 전 LG전자사장이셨던 교수님께 끊임없이 말로 맞아가며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절대'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기에 끝까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깊이의 폭과, 겹치지 않고 빠지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넓이의 폭을 갖게 됐다.

전공 수업은 8할이 시험이 없고 팀플로 이루어졌으며, 채점을 발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 단 한번도 대본을 만들어서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발표하는 내가 가장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A-Z까지 모조리 고민해보았기 때문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아 스몰토크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잡담에서 나온다고 했다. 말을 많이 하니까, 자연스레 말도 잘 하나 보다.

2. 리더로서 사람들을 잘 이끈다.

공동체로서 문제해결을 했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크다고 생각했기에, 다양한 조직에서 리더로 섬겼다. 또 이건 내 인생에서 종교적인 신념으로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나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한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때문에 각 달란트들을 최대한으로 잘 발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든 사람의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이 나무를 모으고 일을 분담하게 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말을 또 조금 잘 하다보니, 사람들에게 비전을 꿈꾸게하는 것에도 자신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대학에서는 학번마다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는데, 나는 '꿈꾸는 세대'였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보면 사람들을 이끄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좋은 리더란 분업을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what과 how보다 WHY와 IF형 사고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 좋은 목표를 바라보게 하는 것에 있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를 가장 크게 깨닫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좋은 분업이 최고이며, 어려움이 있으면 빠르게 답을 알려주는 팀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이 조금만 난이도 있는 일에 봉착해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나를 찾곤 했다. 그리고 내 일은 갈수록 쌓여만 갔고, 어느샌가 나 혼자만 너무 바쁘게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던 때가 있다. 여전히 나만 일을 열심히 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크나큰 오산이었다. 나의 이기심으로 이 팀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빠르게 답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원하는 답을 말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들을 계속 던졌다. 그리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새벽까지 마무리 하는데 옆에서 답을 주지 않고, 내 할일을 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그 결과 무너져 가던 팀이 프로젝트 마무리를 앞두고 다시 큰 원동력을 얻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좋은 리더는 '좋은 것'과 '옳은 것'중에 어떤 것을 잘 골라야하는지 타이밍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말 할줄 알아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3. 행동하고 이뤄낸다.

받았던 답변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어려운 일을 쉬운 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였다. 큰 일을 작게 쪼개고, 최종 목적으로부터 역산해서 당장 실행 가능한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때 내가 주로 활용하는 문제해결방법론은 해당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답을 아는 사람을 빠르게 찾고, 직접 연락을 취해보는 것이었다. 뭔가 당연한 것 같지만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예시로 학사 일정이 바뀌는 소문을 들었을 때, 친구들은 서로 맞다 아니다 이야기하며 에브리타임에 묻곤 했다. 근데 제일 빠른건 학사 일정을 세우는 기관인 교무팀에 전화해보면 되는게 아닐까? 나는 곧바로 전화해서 답을 듣고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이 때부터 세일즈/사업개발에 최적화 된 사람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요즘 배달도 앱으로 주문해서 콜포비아 세대가 늘어난 건 맞지만, 다행히 그 언저리에 걸쳐 있어서 그럴까.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큰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신감도 크게 한 몫 했다. 왜냐하면 정말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어차피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같은 전공에 모여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낼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내 리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웃기고 잘 깐쪽거린다 -> 심리적안전감을 만들기 앞서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다ㅎㅎ
  • 간사님, 총장님 -> 얼굴이 많이 성숙해서 그렇지만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 명륜진사갈비 -> 침착맨을 너무 좋아해서 밈을 자주 따라하곤 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에벤에셀관 앞에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먹고, 놀고, 자고, 씻고 다 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함께 해요!

하고 있는 일들이 재밌어서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설문을 돌렸는데, 생각보다 많이 응답을 남겨주셔서 참으로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배워서 남주자'를 정말 많이 노력하고 훈련받았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도 남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자 한다.

정말 많이 배워서,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이나, 이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기 위해 고민하는 같은 동료분들이나, 세상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줄수 있는 것들을 남김없이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어 각자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마음 먹은 걸 시도하고 해내는 사람이 계속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켜봐주세요!